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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 고향에서 팻말 든 목사 "반대 교포도 있어요"
72.--.72.2212/22/2011 (17:49:20) Modify Delete

부시 고향에서 팻말 든 목사 "반대 교포도 있어요"
[인터뷰] 댈러스에서 한미FTA 반대 1인시위 하는 황순기 목사
11.12.20 19:33 ㅣ최종 업데이트 11.12.20 19:33 이영훈 (arkdoli)
  
▲ 지난 18일 댈러스의 대형 한인마켓인 H마트 입구에서 한미FTA 반대 1인시위 하는 황순기 목사
ⓒ 이영훈
 황순기

텍사스. 미국 중남부에 위치한 이 주는 대통령을 역임한 아버지 부시(George H. W. Bush)는 물론 아들 부시(George W. Bush)의 지역 기반이자 정치적 고향이다. 정치적으로는 '보수', 정서적으로는 '카우보이', 종교적으로는 '바이블 벨트'라는 키워드로 곧잘 해석되는 '외로운 별'(Lone Star State)의 고향이다.

 

이 텍사스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댈러스에 처음 한인 1인시위가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6월이었다. 촛불시위의 주인공이었던 신기해씨는 '역사에 부끄럽지 않으려 한다'란 각오로 '쇠고기 재협상'과 '촛불만세!'라는 글귀를 들었다. 그리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지난 18일, 이번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반대 1인시위가 있었다.

 

주인공은 댈러스에서 작은자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황순기 목사. 현직 목사와 한미FTA 반대 문구는 굉장히 낯선 풍경이다. 보수의 본산으로 알려져 있는 댈러스에서는 더욱 드문 일이다. '한미FTA 닥치고 파기'라는 황 목사의 손팻말은 한인들이 많이 모이는 H마트와 코마트 1호점 앞에 들려 있었다.

 

- 한미FTA 반대시위를 하게 된 이유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양국 간의 무역협정을 맺는 일이지만 본질적으로 불평등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미FTA의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조항 등도 심각하다. 서방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이 보호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으면서 이제는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다른 국가들에 문을 열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두 국가 간의 체급이 다르기 때문에 평등하지 않다. 최근 월가의 시위를 보면 '우리는 99%'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시민인 내가 사회와 국가의 주인이라는 말로 들리더라. 시위에 참여하는 이들이 그 말을 쓰는 것은 나머지 1%가 주인행세를 하는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날 미국 중산층이 붕괴되고 이것이 고착화된 것으로 느끼는 사람들이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신앙적인 것이다. 야고보서 2장에 보면 부자가 가난한 자들을 억압해 법정에 끌고 간다는 구절이 나온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을 성경은 미리 경고하고 있다. 지금은 다수가 소수를 위해 살고 있는 사회다. 처음엔 내가 직접 손팻말을 들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 2∼3주 전에 교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내년 1월경에 우리도 의사표시를 해서 한국에서 한미FTA 반대에 애쓰는 사람들에게 인증샷을 올려 미국교포도 다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시간을 정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번 주로 잡았다."

 

- 목회자의 시위참여에 대해 교인들 반응은?

"내 설교가 좀 강하게 비판적인 경향이 있는데 우리 교인들은 내 설교를 경험하고 온 사람들이라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성경과 사회를 보는 시각이 비슷해 적극 찬동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다."

 

- 앞으로도 시위는 계속되나?

"한인들의 영업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시에 허락을 받고 진행할 예정이다. 매주는 못하더라도 몇 번 정도는 더 이 문제를 더 환기시키고 관심을 불러일으켜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주위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긍정적이라 놀랐다. 손팻말을 들자마자 어느 부부가 수고한다고 웃어주기도 하고 '이런 일을 함께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고 가는 분들도 있다.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왜 반대하는지 묻기에 설명해 드렸더니 자기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보수적인 곳이라 반발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반응이 좋다."

 

"함께 숨 쉬고 사는 세상 만드는 것이 목사가 할 일"

 

  
▲ 지난 18일 댈러스의 한인마켓 앞에서 한 미국인 가족이 황순기 목사에게 시위에 대해 묻고 있다.
ⓒ 이영훈
 댈러스

- 현직 목회자로서 사회문제 참여가 쉽지는 않을 텐데.

"목사도 교민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그리고 목사라서 받는 피해가 있다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사실 난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웃음) 어릴 적 신학교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선후배 인맥도 없고 자리싸움을 벌일 일도 없다. 지난 IMF 때 한국의 가정이 타격을 입어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 것을 언론과 가족의 사례를 통해 보고 심각한 일임을 깨달았다. 누나가 자영업을 하다 접었는데 12시간 넘게 노동하면서도 월세를 면하지 못하고, 아이 등록금도 해결이 안 되더라.

 

열심해 살아도 안 되고 가난마저 아이에게 대물림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뛰어나지 못한 사람도 같이 숨 쉬고 살아야 하는 세상 아닌가. 그게 내가 목사로서 할 일이다. 하나님의 모습과 형상을 닮은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막는 것이다. 한미FTA가 시행되면 쌀 같은 경우 국제가격보다 2배는 더 비싸질 것이 예측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한다. 농업은 파괴되다시피 할 건데 어떻게 하나. 정부가 모든 손해를 보상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 교회에서 4대강사업을 비판한 설교를 했는데?

"하나님이 우주를 창조하시고 질서를 부여하셨고 지금도 운영하신다. 내가 과학은 잘 몰라도 어릴 적 기억을 떠올리면, 모래가 있는 강의 물이 참 깨끗했다. 강이 자정작용을 하는 것은 모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파헤치고 인위적으로 가로막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비판했다고 빨갱이로 몰면 나보고 어쩌겠나. 할 수 없지.(웃음)"

 

- 4대강사업을 비판한 이후 오해도 받았다. 이번 시위도 후폭풍이 있을 수 있는데?

"두렵거나 겁나거나 하지는 않다. MB정권이 들어와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다시 망령처럼 부활했다. 과거 노무현을 빨갱이라고 몰아세웠는데 그렇다면 그를 뽑은 시민들도 빨갱이라는 소리인가? 서울시장 박원순도 빨갱이라면서 시민들을 모두 빨갱이로 몰 텐가? 비논리적이다. 난 빨갱이도 아니고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좌파가 아니다. 좌파적 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나 종북좌파는 결코 아니다. 목사로서 김일성 같은 자들은 증오하니까."

 

- 평소 설교도 그렇고 칼럼도 비판 수위가 높다. 주위 반응은?

"내 또래 전후 70% 정도의 신앙인들은 '못 들어 본 설교'라거나 '성경적'이라는 칭찬을 해 주는 편이다. '운전할 때 흘려 듣는 설교는 아닌 것 같고 앉아서 제대로 들어야겠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렇지만 어떤 분들은 전화를 걸어 자신을 밝히지도 않고 대뜸 욕만 하고 끊기도 한다. 주로 인신공격이 대부분이다."

 

- 시위에 교인들도 참여하나?

"아직은 아니다. 강요할 생각은 없다. 생각이 같다고 행동까지 같은 건 아니니까."

 

- 풀타임으로 일하고 있는데?

"예전에 일하지 않을 때는 편하게 사는 것만 같아 교인들에게 미안한 적이 있었다. 밤에 편하게 두 다리 뻗고 눕고 싶지 않아 억지로 앉아서 자기도 했는데 일을 시작하고 나서 지금은 잠잘 시간이 부족하다. 하루 서너 시간의 수면이 전부다. 칼럼도 쓰고 설교 준비도 해야 한다. 쉬는 날이 없는 셈이다. 한국 책도 그렇고 한국에서 오는 정보도 많이 없으니 대부분 자료를 영어로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 목회자이면서도 평소 교회에 대한 비판이 강한데?

"우리 교회에서는 비판을 금기시하지 않는다. 비판을 피해 가는 성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도 하지만 내가 그런 걸 싫어한다. 그게 다 영적 독재 아닌가. 또 내가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막는 것은 월권이기도 하다. 그분들의 인생을 어찌 책임지겠다고 내가 감 놔라 대추 놔라 하겠나. 기존의 목사들이 들으면 난리가 날 비판이라도 우리 교회에서는 허용한다. 이제 내 설교는 보통사람은 못 듣겠구나 싶기도 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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