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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군대’로 4대강을 지켜 온 최병성 목사
[259호 편들고 싶은 사람]
[259호] 2012년 04월 30일 (월) 14:27:24 이범진  poemgene@ukoreanews.com
   
ⓒ이종연
“다음 재앙은 무엇입니까?” 4대강 사업 문제를 취재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최병성 목사를 찾아와 예언을 구한다. 최 목사의 예언이 정확하게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완성되자 100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 온 칠곡 왜관철교가 붕괴되고, 물은 썩기 시작했다. 홍수의 위험은 더욱 커졌고, 물에서는 구린내가 풍기었다. 지금도 예언은 적중하고 있다. 최 목사는 “4대강 사업은 과학이 아니라 아주 기초적인 상식조차 지키지 않는 광란의 삽질이기에, 재앙은 쉽게 예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식’이 ‘예언’이 된 세상에서, 외로이 예언자의 길을 가는 최병성 목사를 만났다.

그는 환경재단이 선정한 2007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2007년 미디어다음 블로거 기자상 대상, 2008년 교보생명환경문화상 환경운동부문 대상, 2010년 <오마이뉴스> 기자상 대상, 2011년 언론인권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는 최병성 목사를 두고 ‘기사를 쓸 때마다 홈런을 때리는 한국의 세리 핑크(미국 온라인 저널리스트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라 칭하기도 했다. 재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정부 등 거대 권력과 홀로 싸워 온 그의 승전가를 들었다. 혼자서 그 무시무시한 적들을 무찌른 사람을 굳이 편들 필요가 있을까?

4대강 사업에 대한 예언들이 적중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에 자세히 담아냈다. 간단하게 정리해 준다면?

   
4대강 준설로 4대강 본류에 연결된 지천마다 역행침식으로 바닥이 침식되고 제방이 붕괴되기 시작했다. 이명박 정권이 지천의 붕괴를 염려해 하천 보호공을 설치했지만, 그것도 무용지물이었다. 준설 공사를 하면서 유속이 빨라져 지천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이명박 정부는 지천을 살리기 위해 또다시 20~30조 원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 공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2조 원을 퍼부어 4대강을 파괴하고, 이젠 그 사업 때문에 붕괴되기 시작한 지천에 20~30조 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복지 포퓰리즘으로 나라가 망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4대강에 국민 혈세를 쏟아붓는 것에는 왜 조용한지 모르겠다.

4대강 사업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망가진 생태계와 썩어 갈 강물이 아니다. 변종 운하로 빨라진 유속은 다리를 붕괴시키고, 심지어 강 밑을 지나는 송수관이나 도시가스관을 파괴할 수도 있다. 가둬 둔 물은 썩고, ‘물폭탄’은 어느 곳에서 터질지 모른다. 200조 원에 가까운 4대강변 막개발이 시작되면 대재앙이 대한민국을 덮칠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문제다.
 
아파트가 발암 시멘트로 건축된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시멘트 재벌 및 정부와 홀로 수년간 싸워 제도 개선을 이뤄 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대상으로 국내 첫 승소 판결도 받아낸 바 있다. 홀로 거대 권력과 싸워 이길 수 있었던 동력이 궁금하다.

혼자이기에 조직도 없고, 돈도 부족했다. 그러나 싸움의 판은 너무 컸다. 그럼에도 승리를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첫째가 하나님이다. 하나님이 나의 든든한 백이다. 필요한 때 필요한 정보들을 나에게 주셨다. 아무것도 모르고 현장에 갔는데, 특종으로 다룰 만한 일이 터지는 식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발걸음 하나하나를 그분이 이끄신 것이다.

둘째는 열정이었다. 절박한 마음이라고 표현하겠다. 절박한 마음으로 싸움을 해야 한다. 요즘 시민단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기도 하다. 직장의 일원으로 자기 분야에 맡겨진 일만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이거 아니면 아니다”라는 절박함이 안 느껴진다.

마음가짐과 더불어 필요한 역량이 있었을 것이다. 인터넷 매체에 올리는 글이 매번 50만 회 넘는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오마이뉴스>에 올린 기사는 늘 톱기사를 갈아치우고, ‘원고료 많은 기사’ 1위를 기록한다. 신뢰를 받으면서도,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결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 최병성 목사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수자원공사가 시화호 매립에 사용한 폐시멘트 침출수로 철새 1,000마리가 죽었다.
일단 독자들에게 감사하다. 내가 별것도 아닌데…. 다른 기자들은 사실만을 전달하고 있다. 10개 언론이 쓰면 다 똑같다. 그런데 나는 사실에 분석과 견해를 덧붙인다. 그래서 어설픈 글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한다.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시멘트 재벌들과 싸울 때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 내 기사를 문제 삼아 <오마이뉴스> 편집부장과 함께 갔다.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오마이뉴스> 별것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별것 아닌 신문사의 별것 아닌 시민기자였다. 별것 아닌 ‘신분’으로 인정받고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부의 양이 필수다. 고발과 소송에 맞대응하기 위해 밤새워 공부한 적도 많다.

나에게고 “목사인데 시멘트에 대해서 얼마나 아느냐?” 묻더라. 그래서 “시멘트에 관한 대한민국 최고 권위자”라고 답했다. 어떻게 증명하느냐? 시멘트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쓰레기 시멘트에 대해 쓴 내 블로그 글을 삭제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대상으로 승소 판결을 받은 사람이 없다 하는데 나는 자신 있었다. 그 자신감은 책꽂이에 있는 시멘트 관련 서적들에서 왔다. 지금은 공중파에서도 시멘트 관련 방송할 때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 대학교수들에게도 종종 연락을 받는다.

4대강도 마찬가지였다. 시골에서 살았기 때문에 강을 잘 알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강, 하천, 물고기 등에 관한 논문, 보고서, 책은 다 구해서 읽었다. 조류도감, 물고기도감, 녹조도감은 물론 외국의 사례도 모아서 보고 있다. 이런 과정이 있어야 종합적으로 상황이 이해가 된다. 그 이해를 바탕으로 기사를 쓰면 사실, 분석, 견해가 하나로 엮인다. 기사가 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신에 반박은 거의 없다.

목사님 기사의 특징은 ‘사진’이기도 하다.

그렇다. 사진은 나에게 가장 큰 힘이다. 세상을 향해 던지는 설교이자, 나의 무기다. 사진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일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사진 때문이다. 사람들이 나에게 “이기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영월 군수(영월 서강 쓰레기매립장 반대운동), 재벌(발암 시멘트 고발), MB(4대강 사업 반대운동)랑 싸우면서도 이기니까 신기한 것이다. 나는 그 힘이 사진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환경단체에 하고 싶은 말이 ‘사진을 찍으라’는 것이다. 사진은 사실을 증명한다. 말을 만들어 낸다. 사진을 통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사진은 언제 어떤 계기로 찍기 시작했나?

우연이었다. 중학교 때 형이 외국에 갔다 오면서 카메라를 사 왔다. 소련제 필름 카메라였다. 그 카메라로 자연을 찍으며 다닌 것이 시작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꽃과 곤충에 꽂혀 그것만 찍은 적도 있다. “맨날 똑같은 것 찍느냐”고 어머니께 혼난 기억도 난다. 사진을 찍는 것으로 아르바이트해서 대학교 학비를 벌었다. 내가 대학을 졸업하게 해준 게 바로 사진이다. 사진에는 스쳐 지나갈 것들을 집중해서 바라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얼굴에 있는 두 개의 눈과 카메라라는 또 다른 눈까지, 세 개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최근에는 이슬 사진을 찍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슬 사진 전시회를 했다. 앞으로도 사진은 쭉 찍을 것이다.

‘불독’ ‘1인 군대’라는 별명에, 환경운동가, 생태교육가, 사진작가 등 호칭이 다양하다. 그러나 ‘목사’이기도 하다. 목사님의 싸움에 교계의 반응은 어떤가?

내 글을 본 어느 기독교인들은 “그분 목사 맞아요?” “목사는 권세에 순종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응했다. 얼마나 편협한가. 이명박 장로가 장로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예수님이 40일 동안 금식하시고, 광야에서 시험 당하실 때를 살펴보라. 권세와 명예가 누구에게 있는가. 마귀에게 있다. 그럼 마귀의 권세에 순종해야 하는가? 아니다. 지도자가 옳고 그르냐를 알아보고 판단하고, 거기에 따라야 한다. 그래서 “독사의 자식들아!” 하고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교회 지도자들이 나와야 한다. 조금 표독하더라도 한국교회에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동기 목사들은 “교단에서 상을 줘야 한다”며 격려해 준다. 한국교회 이미지를 내가 높이는 것 같다며 말이다. 한번은 원불교 수행자들이 하나님의 생명에 대해서 강의를 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게 전도가 아닐까 한다. 사회 안에서의 목사의 역할인 것 같다. 비록 교단에서 상은 받을 수 없겠지만…. 하나님께서 나에게 생명을 사랑하는 눈을 주신 덕분이다.

신학교에서 같은 것을 배우는데 대다수의 목사님들에겐 그런 눈이 없는 것 같다.

나는 신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배울 게 없었다. 영성적인 것, 내면의 것을 원했는데 내가 다닌 장신대 수업에는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1,2,3학년 때는 도서관에서 자면서 무식하게 공부했다. 침낭을 갖다 놓고 도서관에서 살았다. 밤 12시 30분에 불을 끄면 도서관에 있던 사람들이 다 나간다. 그러면 나는 다른 층에서 전기를 끌어와 스탠드를 켜고 공부했다. 학부 때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의미가 없었다. 나중에는 공부를 안 했다. 시간만 때운 것이다. 학부와 대학원을 포함해 장신대 7년 과정에서 내가 배운 것은 아주 적은 부분이다. 솔직히 말해서 목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전도사 시절이 궁금하다. 어떤 사역자였나?

학부 때 소망교회에서 전도사 사역을 했었다. 얼마 안 있다가 바로 나왔다. 졸업하기 전에 다일공동체로 갔다. 지금 떠올리면 아주 슬픈 시기였다. 그때 다일에서의 경험은 내 인생에서 가장 상처가 많은 시기이다. 안에 있다가 상처받아서 나간 형제들도 많았다.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결국, 11개월 동안 있다가 뛰쳐나왔다. 걸인들과의 삶은 그들과 함께 사는 것이어야 한다. 걸인처럼은 아니더라도 청빈하게 살아야 하는데…. 어쨌든 제일 슬펐던 시기다.

그렇다면 목사님의 신앙은 어디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나?

초등학교 시절에 가톨릭을 경험했던 것이 복이다. 나는 수도원 영성과 더 잘 맞는 것 같다. 가톨릭의 설교집은 우리 개신교의 설교집과는 완전히 다르다. 깊이의 차원이 다르다. 개신교 설교집이 푸석푸석한 사막을 걷는 느낌이라면, 수도사들의 글은 녹음으로 가득한 곳에서 행복하게 노는 기분이다.

   
최근 영성과 관련해 <소박한 기쁨>이라는 책을 내셨다. 

기쁨, 감사, 가난, 소박한 삶, 나눔, 협동 등을 주제로 묵상한 글이다. 여기에도 예쁜 자연의 사진들을 담았다. 사람들은 좀 의외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날카롭고, 비판적인 글을 쓰는 사람이 영성을 추구하는 글을 쓰니까 의아해한다.

수도원 영성과 지금 목사님의 모습이 잘 매치가 되지 않는다.

나는 원래 조용히 살았다. 방학 때마다 수도원에서 지냈다. 신대원 수업 끝나는 날마다 조용히 수도원에 들어갔다. 영월에서 지낸 것도 영성 수련의 측면이 크다. 그러다 서강 쓰레기 매립장 문제가 터진 후 쓰레기 시멘트에서 4대강 문제까지 10여 년간 환경운동을 하며 보낸 것이다. 환경운동에 이렇게까지 미칠 줄은 몰랐다. 앞으로는 영성에 대한 책을 쓰면서, 영성에 빠져 행복하게 살고 싶다. 지금도 강가에 앉아 있는 상상을 하면 즐겁다.

나는 무언가를 시작하면 올인하는 성격이다. 4대강 사업의 거짓말을 캐내기 위해서도 모든 것을 걸었다. 꿈에서도 이명박이랑 싸운다. 생명의 가치를 소중한 것이라 일깨워 주고 싶은 영성이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 이제 4대강 사업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영성을 깨우는 일에 올인할 수 있을 것 같다. 

목사님은 항상 이기는 싸움을 해 왔다. 시민사회가 목사님이 ‘수도원’에만 계신 것을 그냥 두지 않을 것 같다.

나도 확신할 수 없다. 지금도 가고 싶은 곳이 많다. 최근에는 김포공항의 골프장 예정지에 다녀왔다. 그곳에 황새가 왔다기에 가서 보았다.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지였는데 대한민국에서 멸종된 황새가 저절로 찾아온 것이다. 그것도 서울에서 말이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황새를 위해, 그 공간은 녹색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달려갔다. 이렇게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사안들이 있다. 그러나 쓰레기 시멘트나 4대강에 올인했던 것처럼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제는 다 내팽개치고 몰방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내가 언론의 힘을 갖고 있기에, 같이 가는 동업자이니까 가끔 역할을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4대강처럼 큰 사안은 이제 드물 것이다.

직접 수도원을 세우실 생각도 있으신지?

나는 하나님을 전할 때가 가장 뜨겁다. 수도원 만드는 것이 내 꿈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다.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젊을 때부터 수도원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이 수도원 목사님의 아내는 아주 불행해진다는 점이었다. 교회도 마찬가지지만, 수도원에는 독특한 기질의 사람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사모들이 가장 힘들다. 아내가 불행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 다만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는 형태의 수도원이라면 또 모르겠다. ‘사회’를 책임질 수 있는 형태의 수도원이면 좋을 것 같다.
 
시민단체에서 스카우트 제의는 없으셨나?

제안은 받았지만, 단체에 들어가지 않는 것이 나의 원칙이다. 내가 해야 할 일은 교회를 깨우는 일이다. 시민단체에서의 일은 사양했다. 내 능력 밖의 일이다. 관심 밖이다. 강을 지키는 일, 쓰레기 시멘트를 밝혀내는 일,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는 일 등의 경험을 갖고 교회를 깨우는 일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어떤 이들은 나에게 “정치하려고 하느냐?”고 묻는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다. 영혼을 깨우는 일이 나의 일이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이종연
영혼을 깨우는 일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예를 들어 나라의 꼴이 이렇게 된 것은 교회의 책임이 크다. 이명박 괴물정권을 만들어 내지 않았나. 제도를 바꿔서는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제도가 나빠서가 아니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나쁘기 때문이다.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가 영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예수의 정신이 없다. 예수는 제도를 개선한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다시 보여 준 것이다. 사랑을 증명한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우리 시대에서 어떻게 그 삶을 살아내야 하는지 모른다. 영성의 부재 때문이다. 그래서 나라가 망가져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잘 모른다. 우리 안에 영성이 있다면, 생명을 볼 수 있는 눈이 있다면, 4대강이니 구럼비니 파괴의 현장 앞에 침묵할 수 있을까?

   
ⓒ이종연
지금도 가끔 설교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목사님들이나 신학생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이게 바로 살아 있는 신학이군요”라는 말도 들었다. 예수의 설교를 보면, 그것 자체가 자연이다. 어렵지가 않다. 단순하다. 그림처럼 보인다. 보잘것없는 것을 통해 천국을 보여 준다. 그런데 오늘 한국교회 설교들은 어렵다. 들어도 소화가 안 된다. 성경과 자연은 모두 하나님이 쓴 책이다. 한국교회는 자연의 책을 잊어버렸다. 그래서 자연을 찾아주는 설교를 하고 있다. 화면을 활용해 나비, 도토리, 꽃 등을 보여 주며 하나님을 말하고, 생명을 이야기했다. 설교를 마치고 장로님들을 만났는데, 안아주더라. 그분들 얼굴에 꽃이 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자연을 던져 버렸다. 목회자들이 자연을 알 수 있도록 다양하게 돕고 싶다. 그것이 영성을 깨우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교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능력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 알의 썩어질 밀알이다. 조용히 썩는 밀알 말이다. 자연을 회복하면 밀알의 마음이 생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주신다면?

예수님께서는 포도원 품꾼 비유에서, 일한 시간에 상관없이 똑같은 품삯을 품꾼들에게 준다. 충격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똑같은 일을 해도 불이익을 받는다. 사람을 노예로 만드는 삶이다. 노동문제에 대해 분명히 예수님은 아니라고 말씀하고 계신다. 내가 찾아가야 할 영역이다. 아픔의 현장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더 넓게 공부하려고 한다. 노동, 교육의 현장이 인간적 삶터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좀 넓게 보고, 성경의 의미를 풀어 대안을 제시하고 싶다.

도시에서 살면 자연을 묵상하기가 쉽지 않다. 영혼을 깨우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

도시에서도 가능하다. 나도 집에서 양란을 키우면서 인생을 배운다. 그놈들 하나하나가 나의 선생이다. 열흘 가는 꽃이 없다고 하는데, 100일에서 1년을 가기도 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꽃봉오리에서 꽃이 터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연을 느끼고 하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도시라고 못 느낄까? 도시에도 자연이 많다. 보도블록 사이에, 돌 틈에, 시멘트 사이에, 우리의 감수성을 회복시켜줄 수 있는 생명체들이 있다.

   
ⓒ이종연
도시에서 꼭 찾아야만 할까? 괴롭게 살면서?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가고 싶지만, 생존을 위해서 갈 수 없는 사람이 더 많다.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살아갈 만한 생명을 주는 것, 오감을 통해서 자연을 느끼게 하는 기회를 줘야 한다. 교보생명과 시각장애우를 대상으로 생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다. 대한민국 최초였다. 시각장애인들이 자연을 보지 못하는데 어떻게 교육을 받느냐고 하지만, 자연은 오감과 육감으로 느끼는 것이다. 눈만 감겼을 뿐이지 나머지 오감은 살아 있다. 도시에서도 자연을 그대로 바라보고, 생명을 바라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 그런 눈이 길러지면 도시의 삶에서 자연을 만끽할 기회가 많아진다. 도시 속에서 살아도 하나님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하나님의 눈과 초점을 닮는다면, 삶 속에서 그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수입이 불안정했을 것이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글을 쓰면서 먹고살 수 있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잘 안 된다. 책과 미디어를 갖고 있으니, 두 가지를 활용할 생각이다. 글은 한 번 쓰면 50만 60만이 읽는 장점이 있고 강연은 소수이지만 치밀한 관계에서 말이 오가니까 좋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된 수입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청년들과 같이 해보고 싶은 일은 없나?

1인 미디어를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고 싶다. 특히 교회 청년들에겐 사회 문제에 마음으로 아파하고, 그것을 분석해 글로 써내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 사회적인 책임이 담긴 영성 훈련도 함께하고 싶다. 청년들이 사회적인 책임만 가질 게 아니라 모든 것을 하나님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사실은 그게 가장 큰 꿈이다. 문제는 재정적인 뒷받침이다. 나는 부인에게 신세를 졌지만, 청년들은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려고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나를 훈련시키신 것이 아닐까?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한국교회를 깨우는 일을 하고 싶다고, 교인들의 영혼을 깨우고, 영성의 깊은 샘물을 길어 올리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편’없이 혼자서도 잘 싸워 온 그에게 이제부터 편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이 바닥은 그가 상대해 왔던 ‘군수’ ‘재벌’ ‘4대강 사업’보다 더 센 놈들이 많이 버티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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