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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건물들이 없고
그래서 문밖에 발만 내밀면 
하늘이 보인다
해가 넘어가고 그래도 붉은 빛이 남아서
마켓 주차장 가로등과 묘하게 어울릴 때
난 기분이 숨차게 좋다

 

근데
난 그림이 이뿌긴 한데
나 같아서 
그니까 늙어가는 나 말야
그래서 이 시간 풍경이 불안해
얼마전 당신하고 나 이도 뺏자나
혈압약도 매일 먹고
당신도 당뇨 있고
그래서 당신은 다리근육도 다 빠지고
엉덩이도 하나도 탱탱하지 않고
라고 아내가 말했었다

 

마음 다칠까봐 
그날 가만히 있다가
한 보름쯤 지난 다음에 아내에게 말했다

그 늙은 게 좋다
여유롭자나
젊을 땐 왜곡된 현실을 맞닦뜨리거나
통증이 느껴질만큼 힘든 일을 만나면
어쩔 줄을 몰라했는데
지금은 안 그렇거든

 

만약에 사는 게 아기로 태어나서
75세까지 사는 거고 그래서 
지금 인생 후반부에 에너지 조금 남은 몸뚱이로
나머지 사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생각이 들 수도 있어

 

근데
여보, 75년의 날들 가운데 
그중 일부의 날들을 사는 거라 생각해봐
0 에서 시작해서
한참 달려왔고 이젠 종착지가 멀지 않은 곳에서
그 곳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니고 말야
평면 위에 날들이 쏟아져 있었는데
그중 일부를 우리가 줏어서 사는 거지

 

좋자나 우리 요즘
젊을 땐 도무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그렇지 않아?

  • 차영배원주 2017.09.06 16:04

    가을의 오색단풍이 현란하게 아름다운 것처럼,
    우리들의 삶도 성찰을 통해서 스스로를 변화시키면 황혼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지요.
    꼭 그리될 것입니다. 믿음안에서...
    저녁의 붉게 물든 낙조처럼 황혼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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